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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장 현장 점검 후기 - RBI 기법부터 예방정비까지 실무자가 직접 경험한 점검 포인트

건강똑똑이 발행일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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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장은 본질적으로 위험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고위험 사업장입니다. 폭발, 화재, 유독물 누출 등 다양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현장 점검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서 현장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실제로 참여한 화학공장 현장 점검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자의 입장에서 어떤 점이 중요했고,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지를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향후 점검을 앞둔 안전관리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이번 점검은 단순 대응을 넘어 '체계적인 준비와 후속 조치'가 왜 중요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사례였습니다.

1. 점검 준비 과정 – 예상보다 꼼꼼했던 사전 대응

점검 일주일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설비별 우선순위를 정리한 점검 리스트 작성입니다. 이때 사용한 기법이 바로 RBI(Risk-Based Inspection)였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설비는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했고, 과거 고장이 잦았던 부품이나 유해화학물질 취급라인도 따로 분류했습니다.

사내 안전팀과 설비팀이 함께 점검 동선과 설명 담당자를 배치했으며, 교육도 병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스탐지기 작동 여부, 누출경보 장치 감도, 방폭기기 이상 여부는 체크리스트에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전담자를 정해 점검 당일 실수를 줄이도록 했습니다.

사전 점검준비에서 중요한 건, 점검자의 시선으로 공정을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현장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놓치기 쉬운 기본 항목들을 되짚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2. 현장 점검 중 주요 지적사항

점검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어 오후 4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지적받았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CCTV 감시 사각지대 존재
    • 방재실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구역이 일부 누락되어 있었고, 이에 대한 보완 요청이 있었습니다.
  • 누출 감지센서 1개 고장
    • 저장탱크 근처에 설치된 감지센서 하나가 반응하지 않아 즉시 교체 조치됐습니다. 제조일자와 교체주기 확인이 빠졌던 게 원인이었습니다.
  • 예방정비 기록 누락
    • 실제 정비는 진행됐지만, 정비일지와 시스템 로그 간 내용 불일치가 있었고, 서류 일관성 부족으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 작업허가서 미비
    • 고소작업 종료 후 '작업완료 확인 및 종료 보고' 절차가 생략되어 있었고, 해당 허가서는 폐기절차 없이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지적사항은 대부분 ‘절차는 있지만, 실행이 미흡했던 경우’였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컸습니다. 시스템은 마련돼 있었지만, 사람의 태도와 습관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점검을 통해 보이는 건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헛점입니다. 반복되는 실수는 그만큼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3. 개선 후 달라진 점과 실무자의 인사이트

점검 이후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방재 감시체계의 이중화였습니다. CCTV를 교체하고, 각 구역별 감시책임자를 정해 2단계 점검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후속 점검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의미 있었던 변화는 예방정비계획 수립 방식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일정 중심으로만 계획됐지만, 점검 후 설비 신뢰도 평가(RCM) 방식을 참고해 ‘중요 설비 우선 정비’ 체계를 시범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점은 단순합니다. 절차의 완성은 문서가 아니라 실천입니다. 문서로는 모두 정비되었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촘촘한 시스템도 구멍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크게 느낀 건,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라는 사실입니다.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절차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사고는 막을 수 없습니다. 모든 위험은 사소한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현장은 서류보다 행동이 먼저 보여집니다. 아무리 잘 구성된 매뉴얼도, 실무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결론

화학공장 점검은 단순히 설비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안전 인식과 조직 문화, 절차 이행 여부까지 모두 드러나는 '종합 건강검진'과도 같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절차가 있어도 사람이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대로, 점검을 통해 시스템을 정비하면 조직 전체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향후 점검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후기가 체크리스트 이상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 점검 사례를 미리 숙지하면, 단순한 오류를 미리 차단하고 한 발 앞선 안전관리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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